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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 플라즈마: 스테이블코인이 자기 인프라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의 의미

플라즈마 체인 (Plasma)에 대한 전격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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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ptember, 22, 20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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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즈마: 스테이블코인이 자기 인프라를 만들어나간다는 것의 의미

서론: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변곡점

요즘 암호화폐 시장에서 제가 주목하는 영역은 스테이블코인입니다. 블록체인 업계에서 너무나 익숙해진 "혁신적이지만 아직은…" 같은 내러티브 없이, 지금 당장 실제로 쓰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월 인플레이션 20%를 피해 급여를 USDT로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프리랜서들은 해외 클라이언트로부터 USDT로 대금을 받습니다. 동남아 중소 무역상들은 은행 송금 대신 USDT로 결제합니다. 시가총액 1,400억 달러, 하루 거래량 700억 달러. 이론이 아닌 실제 사용을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제가 요즘 스테이블코인 영역에서 관심있게 보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플라즈마입니다. 요즘 블록체인 업계는 '인프라 구축'보다 '활용'에 집중합니다. L2들이 성숙하고 크로스체인 솔루션이 발전하면서 "충분한 인프라 위에서 무엇을 만들 것인가"가 화두죠. 그런데 테더는 정반대의 움직임을 최근 보이고 있습니다. 플라즈마를 통해서 밑바닥부터 자체 인프라를 구축하려 하고 있습니다.

왜일까요? 단순히 수수료나 속도 문제라면 기존 L2를 쓰거나 특정 체인에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일 텐데요.

저는 이 질문을 파고들면서 스테이블코인 생태계의 구조와 진화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플라즈마를 들여다보니 각 기술적 선택이 현재 문제들에 대한 구체적 답변이라고 느껴졌구요. USDT 전송 무료화, 비트코인 앵커링, 슬래싱 제거. 하나하나가 "스테이블코인에 최적화된 인프라"에 대해 테더가 제안하는 해법같달까..

이 글에서는 플라즈마 사례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이해해보려 합니다. 기술 명세보다는 설계 의도를, 현재 구조보다는 진화 방향을 중심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면 이해하게 될 것들:

  •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작동 원리: USDT가 어떻게 발행되고, 왜 여러 체인에 분산되어 있으며, 브릿지는 왜 계속 해킹당하는지
  • 멀티체인 구조의 구체적 한계: 매일 700억 달러가 움직이는 시스템이 타인의 인프라에 의존할 때 발생하는 주권 문제, 수수료 통제권 상실, 검열 리스크
  • 독립 인프라가 가져올 변화: 무료 전송이 어떻게 가능한지, 비트코인 앵커링이 왜 필요한지, AI 시대 마이크로 페이먼트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 현실적 한계와 트레이드오프: 초기 중앙화 문제, 비트코인 브릿지의 기술적 난제, 무료 모델의 지속가능성

저 역시 이 주제를 탐구하면서 배운 것들을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함께 스테이블코인의 현재와 미래를 이해해보시죠.


세상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단순 비즈니스는 어떻게 작동할까

제가 생각했을 때 세상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단순 비즈니스는 USD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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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 100명이 연간 62억 달러를 벌어들임.
  • 직원 1인당 연 6,200만 달러, 약 800억 원의 수익을 내고있음.
  • 직원 효율성으로 유명한 애플의 30배, 구글의 40배에 달함.
  • 2023년 한 해 순이익만 62억 달러. 넷플릭스 전체 수익의 두 배가 넘음

이런 회사가 하는 일은 무엇일까요? 놀랍도록 단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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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의 녹색 흐름을 보면. 고객이 100달러를 보내면 테더가 은행에 예치하고, 100 USDT를 발행해서 돌려줍니다. 주황색 흐름은 반대 과정을 보여줍니다. 고객이 100 USDT를 반환하면 테더가 토큰을 소각하고, 은행에서 100달러를 꺼내 돌려줍니다.

이게 전부! 달러 받아서 보관하고, 디지털 토큰 발행하고, 요청하면 바꿔주는 것. 복잡한 알고리즘도, 첨단 기술도 필요 없죠.

그런데 여기서 말하는 "고객"이 우리일까요? 아쉽게도 아닙니다. 테더는 최소 10만 달러 단위로만 거래한다고 해요. 그래서 우리가 업비트에서 1000 USDT를 산다고 테더와 직접 거래하는 게 아닙니다. 바이낸스나 코인베이스 같은 거래소들이 수백만 달러씩 테더에서 직접 사고, 우리는 거래소가 보유한 USDT를 다시 사는 구조에서 살고 있죠. 거래소가 도매상, 우리가 소매 고객인 셈!

돈은 정확히 어디서 나오는가

테더 계좌에는 현재 약 1,400억 달러가 예치돼 있다고합니다. 앞으로는 더 늘 전망이구요. 이 돈을 미국 국채에 투자하면 연 5%, 즉 70억 달러의 이자가 발생합니다.

여기서 핵심이 나옵니다. USDT를 보유한 고객들은 이자를 한 푼도 못 받는다는 점!

일반 은행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확연하죠? 은행은 우리 예금에 3% 이자를 주고, 그 돈을 5%에 대출해서 2% 마진을 남깁니다. 반면 테더는 USDT 보유자에게 0% 이자, 국채에서 5% 수익을 통째로 가져가고 있다고 해요. 사실상 1,400억 달러짜리 무이자 예금을 모은 것과 같습니다.

왜 사람들은 이자도 없는 USDT를 보유할까

언뜻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선택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납득할 만한 이유들이 있습니다.

첫째, 달러 계좌를 만들 수 없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월 인플레이션 20%, 터키는 연 60%입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이자 0%라도 자국 화폐보다 나은거죠.

둘째, 은행을 압도하는 속도와 비용도 무시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일요일 새벽 3시에 서울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1만 달러를 보낸다고 생각해보면 USDT는 1분, 수수료 2달러. 반면에 은행은 월요일까지 기다려야 하고, 2–3일 후에 도착, 수수료는 50달러가 드는거죠

셋째, 거래소들의 생존 전략이기도 합니다. 법정화폐를 직접 다루려면 각국마다 복잡한 금융 라이선스가 필요해요. 반면 USDT는? 그냥 암호화폐 간 교환이니 규제 장벽을 우회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에 발행"이 실제로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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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DT가 블록체인에 발행된다는게 무슨 의미 인지를 보여주기 위해 위 그림을 그려봤는데요, 심플합니다. 왼쪽 은행의 1,400억 달러가 오른쪽 15개 블록체인으로 디지털화되어 흩어집니다.

"블록체인에 발행"이라고 하면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 블록체인에 스마트 컨트랙트를 만들고 은행 잔고만큼 디지털 토큰을 생성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더리움에 500억 달러어치, 트론에 600억 달러어치, 이런 식으로 나눠서 발행하는거죠

왜 이렇게 여러 체인에 파편화돼서 들어갈까요? 초창기에는 비트코인 위에만 있었어요. 그런데 너무 느리고 비쌌죠. 그래서 이더리움으로 갔더니 수수료가 3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저렴한 트론으로 이동했지만 이번엔 중앙화 논란이 있구요. 결국 "사용자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자"는 전략으로 15개 체인에 뿔뿔이 흩어진 것입니다.

실제로 USDT를 보내본 사람은 알죠. 업비트에서 바이낸스로 보낼 때 "어느 네트워크로 보낼까요?"라는 선택지가 나옵니다. 이더리움? 30달러지만 어디서나 받아줍니다. 트론? 1.5달러지만 지원 안 하는 곳이 많구요. 실수로 잘못된 네트워크를 선택하면? 돈은 영원히 사라집니다. 복구 불가능 ㅜㅠㅜㅠㅜㅠ 조심조심 또 조심

여기서 근본적인 문제가 드러납니다. 매일 700억 달러가 움직이고 연 62억 달러를 버는 회사가 정작 자기 시스템을 온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거죠

물론 USDT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체인들이 함부로 대하지는 못합니다. 트론 거래량의 대부분이 USDT이고, 이더리움 DeFi도 USDT 없이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테더가 특정 체인을 떠난다고 하면 그 체인이 더 타격을 받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테더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수수료를 낮추고 싶어도 호스트 체인의 구조상 불가능합니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고 싶어도 각 체인의 기술적 한계에 막힙니다.무엇보다 15개 체인에 흩어진 USDT를 하나로 통합할 방법이 없습니다. (저는 기술적 한계 부분이 제일 중요하다고 봐요)

이것이 플라즈마를 만드는 이유입니다. 남의 집에서는 아무리 VIP 세입자여도 결국 한계가 있습니다. 진짜 혁신을 하려면 자기 집이 필요합니다.


현실에서 돈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USDT가 왜 이렇게 잘됐는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선 현실에서 돈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부터 한번 보면 잘 와닿습니다

해외송금의 진짜 모습

서울에서 뉴욕으로 1만 달러를 보낸다고 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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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빨간 경로가 은행 송금인데요. 우리은행에서 출발한 돈이 SWIFT 메시지를 타고 도쿄, 런던을 거쳐 뉴욕 JP모건에 도착하는 과정이죠. 각 중간 단계마다 수수료가 붙는게 진짜 문제예요. 우리은행 25달러, SWIFT 30달러, 도쿄 35달러, 런던 25달러, 환율 손실 35달러… 결국 3–5일 후 받는 사람 계좌에는 9,850달러만 도착하는거죠.

오른쪽 초록 경로가 USDT입니다. 내 지갑에서 상대 지갑으로 직행. 중간 단계가 없습니다. 1분 후 9,998달러가 도착합니다. 수수료는 단 2달러.

물론 USDT에도 함정은 있죠. 만약 내가 이더리움 USDT를 가지고 있는데 상대가 트론 USDT만 받는다면? 브릿지를 거쳐야 하는데, 이 브릿지들이 지금까지 25억 달러 이상 해킹당했다는 게 좀 불안한 부분이긴 해요.

그래도 같은 체인 내에서라면 USDT가 압도적으로 단순하고 효율적인 건 부정할 수 없죠. 은행 시스템이 만들어낸 불필요한 중간 단계가 아예 없으니까요.

비자카드 결제: 0.5초와 2–3일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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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을 보면 VISA와 블록체인 결제의 구조적 차이가 명확해집니다.

왼쪽 VISA의 경우, 상단 초록 박스는 우리가 경험하는 승인 과정입니다. 카드 태그하면 0.5초 만에 승인이 떨어지죠. 하지만 하단 빨간 박스를 보면? 실제 자금 이동은 다른 이야기죠

사실 VISA가 먼저 승인 신호를 보내고, 실제 정산은 나중에 일괄 처리하는 방식이에요. 하루 동안의 거래를 모아서 1일 후에 처리하고, 은행 간 실제 자금 이동은 2–3일이 걸린다고 합니다. 그 사이 기간 동안 VISA가 신용을 제공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거죠. (최근 실시간 결제시스템도 도입하는 등 진화하고 있긴 합니다)

오른쪽 블록체인은 다른 접근이죠. 우리가 스테이블 코인으로 결제하는 세상이 왔다고 생각하면 내 지갑에서 가맹점 지갑으로 직접 전송되고, 블록이 확정되면 실제 자금 이동이 완료됩니다. 취소나 번복이 불가능한 최종 결제가 이뤄지는거죠.

두 시스템의 핵심 차이는 이거예요. VISA는 빠른 승인과 느린 정산을 분리해서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고, 블록체인은 승인과 정산을 동시에 처리해서 즉시성을 확보하려고 하는거죠

일상적인 소액 결제에서는 VISA의 방식이 효율적입니다. 인프라나 이런게 압도적으로 지배적이니까요. 하지만 B2B 거래나 국제 송금처럼 정산 확실성이 중요한 경우에는? 2–3일의 정산 기간보다 몇 분 만에 완료되는 확실한 결제가 더 유리할 수 있는거죠.


플라즈마가 레이어 1으로 나서는 이유

테더는 이미 연 62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입니다. 수수료? 트론은 이미 충분히 싸고, 솔라나는 빠릅니다. USDT가 원한다면 어느 체인이든 특별 대우를 해줄 겁니다. 그런데 왜 수십억 달러를 들여 자체 체인을 만들까요?

표면적 이유들: 모두가 아는 문제들

  • 브릿지 해킹 — 3년간 25억 달러 손실, 테더 잘못 아닌데 브랜드 타격
  • 크로스체인 복잡성 — 15개 체인별 핫월렛, 각각 다른 수수료와 처리 시간
  • 유동성 파편화 — 같은 USDT인데 체인마다 다른 가격, 차익거래 봇만 이득

이런 문제들은 분명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수십억 달러짜리 자체 체인을 만들 이유가 될까요? 저는 더 근본적인 뭔가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 관찰: 규모가 커지면 독립이 필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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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타임라인이 USDT의 10년 여정을 한눈에 보여주는데요. 각 단계마다 성장의 병목이 있었고, 그때마다 새로운 인프라로 진화해왔어요.

각 단계마다 기존 인프라의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비트코인은 너무 느렸고, 이더리움은 너무 비쌌고, 단일 체인은 모든 수요를 감당할 수 없었습니다.

2조 달러 규모에서는 어떨까요? 현재처럼 15개, 20개 체인으로 더 쪼개질까요? 아니면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할까요?

넷플릭스도 비슷한 길을 걸었습니다. 처음엔 AWS에 전적으로 의존했지만, 규모가 커지자 자체 CDN을 구축하고, 결국 핵심 인프라를 직접 운영하게 됐습니다. 왜일까요?

제 생각엔 규모가 커질수록 "남의 결정"이 미치는 영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AWS가 가격을 10% 올리면 넷플릭스는 수억 달러의 추가 비용. 1시간 다운타임은 전 세계 수억 명에게 영향.

USDT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더 이상 남의 인프라에 의존하지 않고, USDT에 최적화된 자체 체인으로 모든 걸 통합하는 거죠. 각 단계의 문제점이 다음 단계의 진화 동력이 됐듯이, 현재의 파편화 문제가 플라즈마라는 통합 솔루션을 만들어내려고 하는 느낌?!

두 번째 관찰: 기술적 제약이 만드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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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림이 테더가 겪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보여주는데요. 왼쪽의 빨간 박스들을 보면 각 체인의 기술적 제약 때문에 USDT에 필요한 개선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각 체인은 나름의 거버넌스 구조와 기술적 제약을 가지고 있어요. 이더리움은 이더리움 재단과 스테이커들이, 트론은 27명의 슈퍼 대표가, 솔라나는 솔라나 랩스가 주요 결정을 내리죠.

그림의 첫 번째 문제 — "가스비 구조 개선 불가"를 보세요.

이더리움에서 USDT 소액 전송 수수료가 30달러씩 나가는 상황. 테더 입장에서는 미친 일이죠. 100달러 송금하는데 수수료가 30%라니. 하지만 이더리움의 가스비 구조를 바꾸려면? EIP(이더리움 개선 제안)를 제출하고, 재단 검토를 받고, 커뮤니티 투표를 거쳐야 해요. 몇 달, 아니 몇 년이 걸릴 수도 있고, 결국 거절될 가능성이 높죠.

두 번째 문제 — "배치 전송 기능 추가 불가"

트론의 경우, 테더가 급여 지급이나 에어드랍을 위해 수천 건을 한 번에 처리하는 배치 전송 기능을 원한다고 해봅시다. 27명의 슈퍼 대표 모두를 설득해야 하는데, 각자 이해관계가 다르니 합의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기술적으로 가능해도 정치적으로 막히는 거죠.

세 번째 문제 — "안정성 개선 요청 무시"

솔라나는 속도는 빠른데 안정성이 문제예요. 네트워크가 멈추면 USDT 전송도 마비되는데, 솔라나 랩스의 우선순위는 NFT와 DeFi 최적화에 있는 것 같아요. USDT를 위한 안정성 개선은 계속 뒤로 밀리는 느낌이죠.

이게 단순한 불편함을 넘어서는 이유가 뭘까요? USDT의 규모가 커질수록 이런 제약이 더 심각해질 것 같아요. 지금 1,400억 달러인데, 2조 달러가 되면? 더 많은 사용 케이스, 더 다양한 요구사항이 생길 텐데, 매번 각 체인의 거버넌스에 의존해야 한다는 거예요.

오른쪽 초록색 섹션을 보면 플라즈마가 제시하는 방향이 보여요.

"즉시 업그레이드", "USDT 전용 최적화", "성능 직접 제어" — 이런 카드들이 말하는 건 결국 기술적 자유도인 것 같아요. 필요한 기능이 있으면 바로 개발하고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Transfer Block에서 무료 전송을 제공하고, Execution Block에서 복잡한 스마트 컨트랙트를 실행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TPS가 부족하면 올리고, 블록 타임이 너무 길면 줄이고, 수수료 구조가 맞지 않으면 바꿀 수 있는 유연성을 확보하려는 거죠.

이게 바로 "스케일에 맞는 기술적 자유도"인 것 같아요. 100만 달러일 때는 비트코인으로 충분했지만, 10억 달러가 되니 이더리움이 필요했고, 1,400억 달러가 되니 15개 체인에 흩어졌죠. 이제 2조 달러를 향해 가는데, 더 이상 남의 체인에 의존해서는 필요한 혁신을 할 수 없는 단계에 온 것 같습니다.

그림 하단의 노란색 박스가 언급하듯, 부차적으로 규제 리스크도 있어요. USDT의 주요 사용처인 터키, 아르헨티나 같은 국가들이 서구 금융 시스템과 마찰이 있을 때, 특정 체인이 이들 지역을 제재한다면 테더는 대응이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이건 부차적 문제고, 핵심은 기술적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시도인 것 같아요.

결국 플라즈마는 "내 제품에 필요한 기술을 내가 결정하고 싶다"는 열망의 표현으로 보입니다. 1,400억 달러 규모의 회사가 자신의 핵심 인프라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일 테니까요.

제 해석: 통제권 확보가 핵심

이 모든 걸 종합해보면, 플라즈마는 결국 "통제권 확보"로 귀결되는 것 같아요.

현재 테더가 겪는 불편함을 정리해보면, 거버넌스 결정을 무작정 기다려야 하고, 각 체인의 기술적 제약에 갇혀 있으며, 미래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플라즈마가 시도하는 건 이런 구조를 뒤집으려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필요한 변경을 즉시 실행하고, USDT에 최적화된 기술을 직접 구현하며, 새로운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죠.

2조 달러 규모의 USDT를 상상해보고, 거기에 AI 에이전트 경제가 본격화되고, 예측 불가능한 규제 변화가 계속된다면? 이런 미래에서 "남의 인프라"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건 엄청난 리스크일 수 있어요.

플라즈마를 만드는 건 이런 리스크에 대한 일종의 보험이면서, 동시에 미래 기회를 잡기 위한 투자로 보여요. 성공할지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적어도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은 확보하려는 시도인 것 같습니다.

이게 제가 이해한 플라즈마의 의미예요. 물론 제 해석이 틀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1,400억 달러 규모의 회사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해 자체 체인을 만든다면, 단순한 수수료 절감 이상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마 테더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우리가 세계 금융의 한 축이 되어가고 있는데, 언제까지 남의 결정에 우리 운명을 맡길 건가?"

플라즈마는 그 질문에 대한 테더의 답인 셈이죠.


극복해야 할 문제들

물론 플라즈마에도 도전 과제들이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극복 불가능한 장벽이라기보다는 시간과 실행의 문제로 보이긴 합니다. 몇 가지 질문들에 대한 제 생각을 조금 써보면:

초기 중앙화 이슈? 테더가 선정한 검증인들로 시작해서 3–5년에 걸쳐 무허가형으로 전환한다고 하는데, 이건 오히려 현실적인 접근 같아요. 이더리움도 처음엔 중앙화됐다가 점진적으로 분산화됐잖아요. 바이낸스 스마트 체인이나 폴리곤도 비슷한 경로를 거쳤고요. 중요한 건 최종 목적지가 명확하다는 거죠.

비트코인 브릿지의 기술적 한계? 현재는 다중서명 방식이지만, 이미 BitVM2 같은 더 나은 솔루션이 연구되고 있어요. 테더가 62억 달러의 수익을 내는 회사라는 걸 생각하면, 충분한 자원을 투입해서 기술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제로 많은 브릿지 기술이 2–3년 사이에 급격히 발전했던 걸 보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죠.

경제적 지속가능성? 무료 전송 비용이 부담된다는 우려가 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테더는 1,400억 달러에서 연 5% 수익을 내고 있어요. 70억 달러의 수익 중 일부를 인프라 운영에 재투자하는 건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아닐까요? 형들 부자니까..!! 게다가 DeFi 수익이 성장하면서 자립 가능한 구조가 될 가능성도 있고요.

이더리움의 네트워크 효과를 넘을 수 있을까? 이건 정면 대결이 아니라 보완 관계로 봐야 할 것 같아요. 플라즈마는 모든 USDT를 흡수하려는 게 아니라, 특정 용도(대량 전송, AI 결제, 크로스체인 통합 등)에 특화된 레이어를 제공하려는 거죠. 이더리움의 USDT는 DeFi에, 트론의 USDT는 아시아 결제에, 플라즈마의 USDT는 기관 간 대량 거래에… 이런 식으로 공존할 가능성이 높아요.

무엇보다 테더는 이미 15개 체인을 성공적으로 관리하고 있어요. 16번째 체인을 추가하는 것과 자체 체인을 운영하는 것, 뭐가 더 어려울까요? 오히려 자체 체인이면 모든 걸 직접 컨트롤할 수 있으니 더 쉬울 수도 있지 않나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결국 이런 한계들은 "왜 안 될까"보다는 "어떻게 하면 될까"의 문제로 보여요. 1,400억 달러 규모와 62억 달러 연 수익을 가진 회사가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한다면, 대부분의 기술적 장벽은 넘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 스테이블코인의 새로운 단계

그럼에도 플라즈마를 보면서 느낀 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스테이블코인은 각 블록체인의 토큰 규격(ERC-20, TRC-20 등)을 따르는 존재였어요. 체인이 정한 규칙 안에서 작동하는 토큰이었죠. 마치 앱스토어의 앱처럼, 플랫폼이 정한 틀 안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구요.

플라즈마는 조금 다른 접근인 것 같아요. 스테이블코인이 자신에게 맞는 인프라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시도로 보입니다. 구글이 검색엔진에서 안드로이드 OS로, 페이스북이 소셜 네트워크에서 자체 데이터센터로 확장한 것처럼, 애플리케이션이 성장하면서 인프라까지 갖추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만약 플라즈마가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다른 스테이블코인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Circle의 USDC나 PayPal의 PYUSD도 "우리도 자체 체인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죠. 또는 여러 스테이블코인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전용 체인이 나올 수도 있고요.

설령 기대만큼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스테이블코인에 특화된 인프라"라는 아이디어 자체는 의미가 있을 것 같고 재밌습니다. 지금까지는 "범용 블록체인 위의 토큰"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었는데, 플라즈마는 "특정 용도에 최적화된 전용 체인"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니까요.

어떻게 보면 블록체인 산업이 성숙해가는 신호일 수도 있어요. 초기에는 모든 것을 하나의 체인에서 해결하려 했지만, 이제는 각자의 필요에 맞는 인프라를 찾아가는 단계로 진화하는 거죠. 플라즈마가 그 시작점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실험으로 끝날지는 시간이 알려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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